손경순 예전무용단
 
     
 
인성(人性)과 미학의 일치에서 비롯되는 신뢰감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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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경순 예전무용단의 해외공연 프로그램과 포스터 몇 장을 지니고 있다.

외국공연을 다녀왔다며 기념품처럼 건네주는 그 인쇄물들을 들여다보면 한 예술가/교육자의

진득한 품성과 완벽주의적 고집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흐뭇해지곤 한다.

정부가 파견하는 문화사절단 자격으로 떠나는 공연이니 웬만한 건 정부가 알아서 해줄터이고, 따라서 무용단은 그저 공연만 잘 하면 되련만, 손경순은 결코 대충하는 법이 없다.

우선 상대국 관객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것이 한국을 알리기에 효과적인지를

연구하고 (이는 사실 정부기관들도 종종 간과하는 부분이다.), 이어 프로그램과 포스터를

외국어와 그 나라 언어로 제작한다. 의상도 예의와 정성의 차원에서 새로 장만하고,

출연자들이 머물 호텔을 고르는 일도 결코 남에게 맡기지 않는다.

현지에 도착해서도 대사관과 함께 혹은 별도로 홍보를 위해 이리 띄고 저리 뛴다.

혹여 그곳의 주재원이나 교민들가운데 일부라도 오랜만에 보는 고국의 젊은 여성들에게 야릇한 시선을 보내거나 모종의 흑심을 품었다가는 

당장에 날벼락이다.  

당연히 성과는 좋고 신뢰는 깊어진다.

손경순은 좀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 무용계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이다. 예술가로서나 교육자로서나 그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에 한 눈 한 번 팔지 않고 글자 그대로 일로매진한다.

무용가로서 손경순은 우선은 전통을 익히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지만 그 기반위에서 창작을 시도하는 일에도 결코 소극적이지 않다. 다만 창작에 있어서는 지나친 파격을 자제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찬찬함을 택한다. 성격이 무대 작업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다시 한 번 돋보이는 대목은 2년제 대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훌륭한 후학들을 길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웬만한 4년제 대학 출신들보다 오히려 낫다 싶을 정도로

그는 제자들을 공들여 키워놓았다.

그런가 하면 그 흔해빠진 무슨무슨 협회 같은 곳에는 단 한 군에도 이름을 걸고 있지 않지만(그래서 이따금 섭섭함을 사기도 하지만) 다른 무용인들이 불편해하거나 어려워하는 경우를 보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이리저리로 마음을 쓴다.

이해관계에 따라 당장 간이라도 빼줄 듯 붙어 다니다가 어느 샌가 등 뒤에서 돌팔매질을 해대는 속 깊지 못한 무용계에서 손경순처럼 한결같은 인성과 만만치 않은 품격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복이다. 

오늘저녁 그 복을 맞으러 간다.

 이종호 님(무용평론가) 글 중에서